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05

《더 마스터(The Master)》 - 지배와 신념, 그리고 인간 해방의 불가능성을 탐구한 실존 심리극 《더 마스터》(2012)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전후 미국이라는 불안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이 왜 권위에 복종하는가, 왜 신념에 매혹되는가, 왜 자유는 그렇게 고통스러운가를 탐구한 작품입니다. 겉보기엔 사이비 종교 창시자 ‘도드’와 참전 군인 ‘프레디’의 관계를 따라가지만, 그 내면에는 지배-종속의 심리구조, 고통의 해소 욕망, 신념의 허구성, 인간 실존의 방향 상실이 강하게 깔려 있습니다.이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이 흔들리던 전후 시대를 배경으로, “불안정한 시대는 어떻게 새로운 교주를 만들어내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더 마스터》는 종교 영화도, 정치 은유도 아닌, 인간이 스스로를 지배하는 심리적 구조에 대한 철학적 영화로 남습니다.1. 지배와 종속 — 교주와 추종자 관계의 심리적.. 2025. 11. 17.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 - 신념이 붕괴할 때 인간은 어디에 기대는가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 2017)》는 단순한 종교 영화의 범주를 벗어난, 철저히 실존적이며 철학적인 작품입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죄와 회개’라는 전통 신학의 언어를 통해 현대 사회의 위기—환경 파괴, 자본 권력, 종교의 무력함—를 해부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신념의 붕괴’를 경험하고, 결국 파멸 혹은 구원이라는 양극단의 문지방까지 걸어가는지를 치밀하게 묘사합니다. 《퍼스트 리폼드》는 묻습니다. “신념이 무너지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가?”1. 신념의 침몰 — 종교는 더 이상 해답이 되지 못하는가주인공 에르스트 토럴(이선 호크) 신부는 작은 교회를 홀로 맡아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의 내면은 이미 붕괴 직전입니다. 그가.. 2025. 11. 17.
《빅 피쉬(Big Fish)》 - 환상으로 기억을 감싸고, 이야기로 관계를 회복하는 삶의 서사 《빅 피쉬(Big Fish, 2003)》는 단순히 ‘허풍쟁이 아버지의 이야기’로 소비되기엔 부족한 작품입니다. 팀 버튼 감독 특유의 환상적 미장센 아래에는, 기억·감정·관계가 얽혀 있는 인간 심리의 복잡한 층위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그 재구성이 남긴 흔적을 통해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가 어떻게 복원되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빅 피쉬》는 “이야기는 사실보다 진실에 가깝다”는 메시지를 담은 감정적 철학 영화입니다.1. 과장된 이야기의 탄생 — 환상은 감정을 감싸는 언어주인공 에드워드 블룸은 평생을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로 둘러싸여 살아온 인물입니다. 거대한 물고기, 숲의 마녀, 거인 칼 젠트리, 기묘한 마을 ‘스펙터’.. 2025. 11. 14.
《더 폴(The Fall)》 - 이야기로 치유되고, 상상으로 살아나는 인간의 서사 《더 폴(The Fall, 2006)》은 단순히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되기엔 부족합니다. 타르셈 싱 감독의 비주얼 미학과 상징적인 영상 구도는 물론, 그 안에 흐르는 서사적 감정의 밀도가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절망에 빠진 한 남자가 한 소녀와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삶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이야기·상상·환상이라는 세 가지 층위를 통해 인간의 치유 본능을 탐구합니다. 그 결과, 《더 폴》은 단순한 환상 모험담을 넘어 ‘이야기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걸작으로 남았습니다.1. 절망의 재현 — “이야기”는 고통을 감싸는 방어기제영화의 배경은 1910년대 초 할리우드 병원입니다. 주인공 로이 워커(리 펠린스)는 스턴트맨으로 일하던 중 추락 사고.. 2025. 11. 14.
《더 스퀘어(The Square)》 - 공공성과 도덕의 위선에 대한 냉소적 초상 《더 스퀘어》는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가 2017년 발표한 풍자 드라마이자, 현대 사회의 도덕과 예술을 동시에 해부한 작품입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예술이 어떻게 윤리와 책임의 언어를 빌려 자신의 위선을 숨기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영화 속 ‘더 스퀘어(The Square)’는 “모두가 평등하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선언으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현실 속 그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차별과 위선, 냉담함의 상징으로 변합니다. 감독은 이 역설을 통해 묻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공공성은 진짜 연대인가, 아니면 자기 위안의 장식인가?”1. 예술이라는 공간 – 선언과 실천의 괴리1) 선언으로서의 ‘더 스퀘어’영화의 중심에 놓인 설치미술 작품 ‘더 스퀘어’는 마치.. 2025. 11. 12.
《도그빌(Dogville)》 - 도덕이 폭력을 낳을 때 《도그빌》은 극단적으로 단순한 무대 위에서 시작됩니다. 벽도 문도 없는 마을, 흰 선으로만 구획된 집들, 그 안에서 오가는 인물들의 감정은 실제보다 더 현실적입니다. 감독 라스 폰 트리에는 인공적인 세트를 통해 오히려 인간의 본성을 가장 날것 그대로 드러냅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무서운 진실은 이것입니다. 도덕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가장 치명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주인공 그레이스(니콜 키드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단순한 피해자-가해자의 구도가 아닙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착한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이 행하는 선택은 과연 정의로운가?”“누군가의 선의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폭력으로 바뀌는가?”이 글에서는 ‘도덕’과 ‘폭력’이 어떻게 맞물려 있고, 그것이 어떻게 상징.. 2025.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