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를 돌아보면,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묻기보다는 “무사히 지나갔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고,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 반복이 예전에는 너무 당연해서 기록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당연함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하루를 평가하듯 살았다. 오늘은 생산적이었는지,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남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았는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별다른 성과가 없는 날은 쉽게 ‘허무한 하루’로 정리해버렸다. 하지만 그런 날들이 쌓일수록, 하루를 보내는 감각 자체가 점점 거칠어졌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하루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
최근에는 하루를 평가하기보다는 관찰하려고 한다. 오늘은 어떤 순간이 편했는지, 언제 가장 마음이 느슨해졌는지, 괜히 피곤해졌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를 가볍게 떠올려본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아무 일 없던 하루에도 분명한 결이 남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퇴근길에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걸었던 시간이나, 집에 와서 아무 생각 없이 물을 한 컵 마셨던 순간 같은 것들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사소해서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장면이지만, 나에게는 그날의 리듬을 설명해주는 단서처럼 느껴진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의 의미
이 블로그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무엇을 써야 할까”보다 “왜 쓰는가”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지금의 나는 우선 나 자신의 하루를 정직하게 남기고 싶었다. 잘한 날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특별할 것 없는 날도 그대로 적어두는 방식으로 말이다.
기록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지 않는다. 하루를 바꿔주지도 않고, 삶의 방향을 단번에 정리해주지도 않는다. 다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때 나는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하고 돌아볼 수 있는 작은 흔적을 남겨준다. 그 정도면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하다.
오늘을 이렇게 남겨둔다
오늘도 대단한 일은 없었다. 해야 할 일을 했고, 약간의 피로가 남았고, 그럼에도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흘려보냈을 하루지만, 지금은 이렇게 몇 줄로라도 적어두는 쪽을 선택한다.
아마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하루를 조금 더 천천히 보내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오늘의 결을 이렇게 남겨두는 것만으로도, 이 하루는 충분히 존재했던 날이 된다.
마무리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기록하기로 했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 선택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