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심리코미디 대표작, 왓 위민 원트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신다면, 혹은 "사람 마음을 진짜 알 수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보셨다면,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 2000)』는 한 번쯤 꼭 봐야 할 영화입니다.
멜 깁슨과 헬렌 헌트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단순한 코미디에 그치지 않고 남녀 간의 오해와 차이를 유쾌하게 풀어낸 심리 코미디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1. 줄거리 요약: 그녀들의 속마음을 듣게 된 한 남자
주인공 닉 마샬(멜 깁슨)은 시카고의 유명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잘 나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자신감 넘치고, 외모도 뛰어나며, 여자에게 인기도 많은 전형적인 마초 스타일이죠.
그러던 중, 회사가 새로운 여성 타깃 광고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신임 여성 디렉터 달시(헬렌 헌트)가 들어오게 됩니다. 자신이 당연히 맡게 될 줄 알았던 자리를 빼앗긴 닉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되죠.
그는 달시보다 더 나은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여성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는데요. 바디 왁싱, 스타킹 착용, 립스틱 테스트 등 그동안 본 적 없는 진지한(?) 노력 끝에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다 감전되는 사고를 겪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닉은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돼요. 바로 주변의 모든 여성들의 속마음이 그의 머릿속으로 들려오기 시작한 거죠.
처음엔 혼란스럽고 부담스럽기만 했던 이 능력. 하지만 점차 닉은 이를 이용해 주변 여성들과의 관계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심지어 경쟁자였던 달시의 속내까지 파악해 업무에서도 성과를 얻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여성들이 어떤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는지, 자신이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깨닫게 되고, 결국 진심 어린 소통이야말로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아갑니다.
2. 닉의 변화: 이기심에서 공감으로
닉은 처음부터 매력적인 주인공은 아니었어요. 여성 동료들을 얕보고, 자신의 딸에게도 무관심한 전형적인 ‘남성 중심’의 인물이었죠.
하지만 여성들의 진짜 감정을 듣게 되면서, 그는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무심코 던졌던 말들이 동료들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걸 알고, 자신의 딸이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외로움과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죠.
이 변화는 단순히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닉은 ‘모든 걸 아는 남자’가 아니라 ‘듣고 공감하는 남자’로 바뀌게 되며, 그 과정에서 사랑, 일, 가족관계 모두 다시 정의하게 됩니다.
3. 달시 캐릭터와 관계의 진짜 의미
닉과 함께 주요한 인물인 달시는 단순한 로맨스 상대가 아닙니다.
그녀는 유능한 광고 디렉터이자,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닉과 대등한 위치에서 서사에 등장합니다.
닉은 처음엔 그녀를 경쟁자로만 보지만, 속마음을 들으며 그녀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고,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닉은 점점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결국에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며 진심으로 사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로맨틱 장면이 아니라 ‘진정한 관계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4. 영화의 메시지: 들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 영화의 재미는 ‘여자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남자’라는 설정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이야기의 중심은 그 능력을 통해 닉이 어떤 사람으로 변화하는가에 있어요.
-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게 아닌,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 상대방을 조종하는 것이 아닌, 공감하려는 노력 -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
영화는 이 모든 걸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5. 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봐야 할까?
2000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왓 위민 원트는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소통’, ‘공감’, ‘성장’이라는 주제는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절실한 키워드가 됐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관계에서 자꾸 엇갈리고 상처받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 영화를 통해 작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결론: 코미디로 웃고, 관계로 위로받는 영화
『왓 위민 원트』는 단순히 웃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닙니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 마음을 진심으로 들어주려는 자세’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잔잔하게, 그러나 깊게 보여줍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당신도 문득 주변 사람의 속마음이 궁금해질지도 몰라요.
그리고 아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누군가가 들어주길 기다렸던 마음들이 있었음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될지도요.